본문 바로가기
daily-life

나야말로 생활계획표가 필요하다

by gomidarak 2020. 3. 16.

방학이 시작되고 이사를 핑계로 학원까지 그만둔 아이들의 시간관리가 문제가 되면서 아이들에게 요구했던 생활계획표.

물론 처음 그렸던 계획대로 이루어지는 것은 몇가지 없지만, 그래도 유야무야 사라지는 시간들을 조금은 붙잡을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계획표가 필요한 사람은 나인것 같다.

아기는 어느새 쑥쑥 자라 이유식을 할 시기가 다가오고, 수유를 하는 텀도 자리를 잡아가고.. 젖병 거부때문에 꽤 오래 고생했지만 지금은 그래도 잘 먹어주고 있고.. 고민거리가 하나 둘 사라지니 내 생활이 눈에 들어온다.

하나부터 열까지 정리된 시간이 하나 없는 짜투리 시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다. 그와 함께 내 정신머리도 가출한듯.

기억력과 어휘력만큼은 자부했었는데 아기를 낳으면서 함께 배출해버린듯 모든것이 흐리멍텅. 단어 하나를 떠올리는데도 시간이 필요하다. 이래서 노산은 힘든건가... 

책을 읽은 게 언제인지 떠올리기 힘들정도로 흘려보낸 시간이 많은데, 얼마전부터 눈이 침침.. 다래끼까지 올라와 시야를 가린다. 다래끼가 올라오면서 눈에 촛점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이젠 글을 오래 보고 있으면 어지러운 지경.

병원에 가야하나.. 그대로 있어도 자연치유되지 않을까.. 고민하는 사이에 점점 더 자리를 잡아 동그랗게 커져버렸다. 지금 병원에 가면 틀림없이 눈꺼풀을 째고 짜낼 것 같아 무서워.. ㅠ.ㅠ 조금 불편할 뿐 아픈건 아니라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주 어릴때 이후로 다래끼는 처음인데... 오래된 기억으로는 병원에 갔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데.. 이대로 낫지 않으려나? 

코로나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방학은 기약없이 길어지고 있다. 아이들은 그저 기쁠뿐이고 ㅎ 엄마는 삼시세끼 걱정에, 아이들 공부 걱정에 조금은  불편한 시간이다. 오래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에 답답할 법도 한데 다행히 순하디 순한 우리 아이들은 해맑기 그지 없다.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일을 다닌 탓에 우리 따님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방학이라는 걸 처음 맞이해본다. 항상 학교 돌봄과 학원 사이를 돌며 시간을 보낸 탓에 이렇게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고 노는 것에 몰두해 지루한 듯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있는 탓에 쫒아다니며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늘어놓지도 못하겠다.

아기 덕에 언니들만 노난 상황이랄까.. ㅎ 하지만 아기 덕에 출근을 하지 않아 나 역시 아이들 걱정에서 조금은 해방될 수 있었으니 다행이다. 만약 아기가 없었더라면 지금 쉬지도 못하고 출근을 하며 하루 하루 집에서 격리되어있을 아이들 걱정에 발만 동동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여러모로 아기는 우리 가족에게 축복인듯.

'dail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즈마리 키우기  (6) 2020.03.19
간만에 독서모드  (6) 2020.03.18
어느새 봄  (0) 2020.03.10
근황 정리  (0) 2020.01.03
28주차 - 태어나기까지 앞으로 84일  (0) 2019.09.0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