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aily-life

28주차 - 태어나기까지 앞으로 84일

by gomidarak 2019. 9. 1.

약 십여년만의 셋째는 유난스럽다.

아기를 가진 걸 확인하자마자 배가 부르는 듯 싶더니, 3-4개월차에 이미 5-6개월만큼 배가 나왔었다. 입덧도 유난스러워 휴직을 결심하게 만들고(물론 일을 하기 싫었다는 핑계도 컸....), 하루 하루 달라지는 컨디션에 매일이 적응기다.

임신성 저혈압으로 빈혈이 생기더니, 22주차부터 요통과 골반 통증이 생기고... 25주차부터는 환도가 서서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 첫째와 둘째때는 워낙 어려서 이런 문제들이 없었던 건지.. 세월이 지나 기억에서 지워진건지..

분명한건 환도 선다는 경험은 처음이며 지독하고 또 지독하다. 아마도 두 아이를 낳으면서 틀어진 골반과 허리가 문제일꺼라고.. 그리고 노산인 나이가 문제일거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태어나 처음 겪는 고통에 몸부림 치는 나날. 

이 나이 먹고 아이들 앞에서 아프다고 엉엉 우는 일이 생길줄이야... 정말 심할때는 무릎으로 기어다니고 한걸음도 옮기지 못해 바닥에 못박은 듯 서있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는데... 아픈것도 아픈것이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과 짜증이 스멀스멀.... 잠을 자다가 몸을 돌리지 못해 울고.. 내 다리하나 제대로 옮기지 못해 절절 매는 상황에 화가 나고.. 

숨쉬는 것도 짜증날만큼 심한 통증은 다행히 일주일여만에 잦아들고 살만한 일주일을 보냈는데..

마음을 놓을 즈음 또 찾아왔다. -_- 지긋지긋.

나름대로 스트레칭도 자주하고 시간을 잘 보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저 안아플때가 되어서 잠시 멈췄던 거였나보다. 환도가 다시 서기 시작하고 하루를 누워서 보냈는데 이번에는 배가 뭉치고 싸하게 아프기 시작. 혹시 몰라 진통주기 어플로 주기를 확인해봤는데 미약한 가진통 같은 느낌이 꽤 주기적으로 오래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맘때 조산위험이 높다는 글을 읽고 태동이 유난히 아래에서 느껴져 불안함이 커져만 갔고 결국 한주 앞당겨 병원 방문.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기는 너무나 잘 크고 있고(1.1kg) 양수도 문제 없고, 경부길이도 안정적(4cm). 다만 아이 머리가 하늘을 보고 앉아있는 자세라 고양이 자세를 자주 해서 머리를 돌려놔야한다고 했다. 

아.. 그래서 태동이 그렇게 밑에서 있었나보구나. 요녀석은 언제 제자리를 찾을까.

아이를 둘이나 낳았지만 모든게 새롭다. 나의 망각력이 이렇게 강력할 줄이야. 기억나지 않아.. 어떻게 아이들을 키워낸건지.... 내 몸도 모든게 새로운지 매일매일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이 물건도 조금씩 준비해나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셋째다보니.. 새 물건을 사는 게 부담스럽달까.. 휴직으로 쥐꼬리만한 월급이 들어올때마다 가계가 신경쓰이기도 하고 ㅎ 잠깐씩 쓰는 육아용품은 엄마카페를 통해 중고나 무료 나눔으로 모아들이고 있다. 

슬슬 집도 정리를 해야하는데 내놓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이것저것 신경쓰이는 일도 정리가 채 되지 않아서 머릿속만 복잡하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는데는 일기만한게 없으니, 이렇게 간만에 기록.

어서 시간이 지나 이사도 정리되고 아이들과의 생활도 더더 안정되었으면 ...

내 생애 이렇게 한가하고 여유롭고 풍요로웠던 시기가 있었던가 싶지만.. 그럼에도 고민거리는 만들어지니 참 어려운게 인생인듯.

'daily-lif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새 봄  (0) 2020.03.10
근황 정리  (0) 2020.01.03
가계현황 정리  (0) 2019.06.28
근황  (0) 2019.06.05
수런수런  (0) 2018.10.0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