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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life

[Su] 중학생, 위기에 봉착하다(feat. Math)

by gomidarak 2021. 7. 9.
중학교 1학년 수학 문제, 간만에 푸니 재밌네

Su는 문학적 감성이 풍부한, 말을 배우는 시기에서부터 언어적 기술이 뛰어났던, 타고난 문과 계열의 아이다.

아주 아기일때부터 깜짝 놀랄만큼의 어휘와 적절한 농담까지 할 줄 알고, 지금은 진짜 친구처럼 대화가 가능한 사랑스런 나의 첫째 아이. 타고난 재능도 많고 노력도 많이하는, 다정하고 섬세한, 장점이 두루두루 너무나 많아서 나무랄 곳이 없는 아이.

아이가 위기에 봉착했다.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책읽는 걸 즐겨해서 국어부분에서는 단 한번도 걱정을 해본 적이 없는데, 단순 연산을 싫어하고 수학적 사고를 힘들어해서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제일 싫은 과목이 수학이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초등학교때까지는 나름 반에서 상위권에 들며 모범생의 전형이었는데.. (스스로도 공부를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했었음) ㅎ

학원을 좋아하지 않아 지금껏 온라인학습으로 커버를 해왔었는데 이제는 스스로도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이는 모양이다. (그럼에도 학원은 죽어도 가지 않겠다고 고집부리는 중.. ㅋ 얼마나 가나 보자)

마침 회식이 있어 집을 비웠던 며칠 전, 다음날 수학시험을 본다며 평소에 하지도 않던 모의고사를 혼자서 보더니 엉엉 울면서 전화를 했다.

"빵점 맞을 것 같아... 생활기록부에도 기록이 된다는데...."

괜찮다고, 시험이 니 인생에 큰 부분은 아니라고 ㅎ 이번에 못봐도 다음에 잘보면 된다고 한참을 달랬는데 한편으로는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그동안 수학 공부를 안할때마다 언젠가 니가 후회할 날이 올꺼라며 ㅋ 저주 아닌 저주를 주절거렸었는데 정말 그런 날이 온 것이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엄마 아빠도 눈뜨지 않은 시간부터 일어나서 예습을 하고 시험을 보고 오더니 그래도 빵점은 아닌 것 같다며 베실베실 ㅎㅎ (성격도 좋은 녀석)

그리고 슬그머니 내일까지라면서 꺼낸 숙제 뭉치.......... 지난주에 내준 숙제라는데 모르는게 너무 많다고 ㅎㅎㅎ

정말 오랜만에 수학 문제를 풀어봤다. 모르는 것은 검색찬스도 쓰고 ㅋ 요즘은 앱이 너무 잘되어있어 사진만 찍으면 풀이과정을 알려주는 걸 보고 정말 신세계~ 집중해서 1시간.. 2시간.. 3시간..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아이와 문제를 같이 풀었다. (아이는 속상했을지 모르지만 난 재밌었어 ㅎㅎ)

그리고 잘시간을 훌쩍 넘겨 이제는 더이상 안되겠다며 남은 건 그냥 혼나라고 ㅎㅎ 재우러 들여보내는데 아이가 또 눈시울이 붉어진다. 늦은 시간까지 엄마 아빠 쉬지도 못하게 해서 미안하고 ㅎ 수학을 그동안 공부를 안해서 스스로가 속상하고.. ㅋ 이렇게 어려운 문제를 내준 선생님이 막 밉고 ㅋㅋ 복잡했던 모양이다. (아직 아기지 ㅎ)

토닥토닥
괜찮아. 어제보다 오늘 조금 더 했으니까 내일은 더 잘할 수 있을꺼야. 괜찮아. 그렇게 속상해하고 울면서도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

+ 문제를 풀다보니 그동안 얼마나 연습이 부족했는지 스스로도 느낀 모양. 사실 어려운 문제들은 아니었는데 어렵다는 생각에 처음부터 손을 놓고 있었던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문제가 너무 많았음.. 가뜩이나 어려워하는 아이인데 50문제라니... 처음부터 질려서 손도 대지 못했겠다 싶다.

++ 앞으로는 조금 더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은 날. 아직은 내가 문제를 풀고 설명을 해줄 수 있는 레벨이라 다행이라는 생각 ㅋ 앞으로는 같이 공부를 해야하나... 힘내자 중학생 ㅋ

+++ 이와중에 둘째는 "엄마, 힘들어? 나는 공부 열심히 해서 엄마 힘들게 안할께 ~ "라고 ㅋㅋㅋ 고마워. 아주 눈물이 난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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