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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봄

by gomidarak 2024. 3. 29.
예년보다 늦어지긴했지만 그래도 꽃피는 봄이 왔다.

작년 이맘때는 이미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서 꽃놀이도 끝물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꽃소식이 늦다.
우리집 앞 천변에는 얼마전부터 하나 둘 개나리가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며칠사이에 샛노란 색으로 가득 물들었다.
해가 잘드는 곳에는 벚꽃도 피어나기 시작해 아래는 샛노랗고 위로는 분홍분홍하게 날이 갈수록 풍성해지는 모습이 매일 매일 새롭다.(다음주쯤엔 만개할듯)
꽃과 나무가 예뻐보이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라던데… 어느 순간부터 자라나는 새싹이 기특하고 나뭇가지 사이사이 새순들이 그렇게 어여쁜걸 보면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고 있나보다.

내가 나이를 먹는 만큼 아이들은 잘 자라고 있다.

꼬물꼬물 빠알갛고 작았던 아기는 어느새 훌쩍 자라 “나, 이제 언니야~”라는 맹랑한 소리를 하는 여섯살(이라지만 사실은 만4살) 꼬마 숙녀가 되었고,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4차원 생각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한번씩 뒷목을 잡게 하던 초딩은 제법 말이 통하는 중딩이 되어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 기특함을 느끼게 하고,
나이는 어디로 먹었는지 날이 갈수록 철이 없어지는, 항상 막내 같은 깨발랄함을 보여주는 우리집 방구석 여포는 고딩이 되어 제법 진지하게 자신의 장래를 고민하고 있다.

평화로운듯 아닌듯, 전쟁인 듯 아닌듯 매일매일 지지고 볶으면서 서로의 시간을 쌓아가는 중.

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성인이 되어 어느순간 나의 어린 시절을 반추할때, “아, 나는 참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냈구나..”하고 생각할 수 있으면,
그리고 그 시간들이 아이들의 인생의 한 고비 고비마다 따뜻한 기둥이 되어 지켜줄 수 있으면 더할나위 없겠다고 생각한다.

이따금 구글 포토에서 몇년 전 오늘을, 혹은 그 즈음을 한번씩 묶어서 흘려보내줄때면 ‘이렇게 꼬꼬마들이 많이도 컷네~’, ‘와, 이때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추억이 되어 함께 웃을 수 있는 지금 이 시간들이 참 감사하고 행복하다.

유난히 기댈 곳 없던 어린 시절의 나는… 항상 돌아갈 곳이 고팠고 따뜻한 품이 그리웠는데 우리 아이들의 인생에는 부디 그런 서글픈 기억은 존재하지 않길.. 바라고 또 바란다.


어쩌다보니 봄기운에 취해 [오늘의 감사일기]가 되어버렸네 ㅋ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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