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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ly-life

폭발하듯 멘탈이 털린 주말

by gomidarak 2018. 4. 2.
금요일 오후 둘째아이의 알림장에 부모님 이름쓰기 공부를 했다는 글을 읽은 뒤로 화산이 폭발하듯 멘탈이 폭발했다.

아이가 해당 과제를 어떻게 수행했을지에 대한 불안과 초조함이 몰려오더니..
결국 아빠 이름 대신 애인님의 이름을 적어냈다는 걸 알고 난 뒤에는 걷잡을 수 없이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따로 내색하지는 못했지만 마음 속은 이미 초토화된 지옥 상태.

바로 며칠전 아이의 담임선생님과 상담하면서 아이가 아빠를 닮아 느긋하다고 능청스레 말을 해놨는데..
아이의 입학서류와 가정조사서에는 아빠이름이 당당히 세글자 올라가있는데...

선생님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셨을까...
이혼했다는 말을 따로 했어야했나.. 지금은 아빠보다 더 따르고 사랑하는 새아빠가 될 사람이 곁에 있어 아이는 그 분 이름을 썼나보다고 말을 해야하나..

왠지 모를 부끄러움과 참담함에 어찌할바를 모르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나도 내 자신을 어쩌지 못해 동동 거리고 있을즈음.. 퍼뜩.

아이의 기분은 어떤지, 혹여 상처입지는 않았는지 들여다봐주지 않고 오로지 내 기분에만 휩싸여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마음 속 소용돌이가 조금씩 잦아들었다.

다행히 아이는 여전히 해맑고, 그렇게 이름을 쓴 것 자체에도 크게 잘못했다고 생각치않았다.

아이는 담담한데 엄마가 오히려 겁이 많아 동동거렸구나. 그것도 아이의 입장이 아닌 엄마의 입장이 곤란해질 것이 두려웠나보구나.

아직 멀었다. 제대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

그래, 무슨 일이 생기면 그때 고민하자.
혹 아이가 우리의 상황으로 상처받는 일이 생기면 그땐 더 당당히 맞서자.
우리가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스스로 부끄러워하며 숨지말자.

새삼 엄마의 자리에 대해 생각하고 아이의 의연함에 감사하고 조금 더 마음을 단단히 다독이게 됐다.

그걸로 충분하다.

이렇게 우리는 오늘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거라고..
오늘 하루, 내일, 그리고 다가올 시간들 속에서 우리만 행복하면 된다고...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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